인터뷰」 영국 종교개혁 유적지 탐방기 (1) 탐방 이유와 목적, 존 번연 목사님 유적지 탐방
2017년 1월 18일 오후 6시, 신세계 백화점 분수대(고속터미널 역) 앞에서 제네바 개혁교회에 출석 중인 유성만 청년을 만났다. 성만 청년은 지난 해 12월에 영국으로 출국하여 청교도 관련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관련 사진과 영상을 교회 대화방에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왜 그런 탐방을 하게 되었는지, 돌아보면서 얻은 교훈이나 유익은 없었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현지 탐방이 체력 소모가 큰 편인데, 꼬박꼬박 사진과 영상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만 청년이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자 교회의 많은 이들이 그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하나 둘씩 쏟아내었고, 그러는 가운데 탐방기를 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성만 청년도 많은 이들의 유익을 위해서라면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형편상 많은 시간을 내기는 어려워서 본인과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대신하게 되었다.
중식당에 가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한 뒤, 근처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대화한 내용은 크게 6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1. 영국 개혁주의 기독교 유적지 탐방을 하게 된 이유
2. 존 번연 목사님 유적지 탐방
3. 찰스 스펄전 목사님 유적지 탐방
4.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 유적지 탐방
5. 조지 뮬러 목사님 유적지 탐방
6. 탐방을 마무리하며 하고 싶은 말
이번 편에서는 먼저 영국 개혁주의 기독교 유적지를 탐방하게 된 이유와 존 번연 목사님 유적지 탐방에 대해 여러분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탐방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가?
– 12월 9일(금)에서부터 12월 31일(토)까지였다. 영국은 한국보다 약 9시간 정도 느린데, 한국에서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영국에 도착하니 같은 날 저녁 때였다. 영국에서는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한국에 들어왔는데, 도착해보니 토요일 오후였다.
3주면 비교적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돌아볼 곳이 그렇게 많았나?
– 그렇지는 않았다. 전에 영국에서 어학연수 했을 때 알게 된 사람도 만나고, 좀 쉬기도 하면서 큰 도시를 중심으로 여유롭게 돌아보았다. 이제는 직장인이다 보니 대학생 때처럼 강행군을 이어가기가 조금 어려웠다. 그리고 주일이면 교회 가서 예배도 드려야 하니, 돌아보는 데 시간이 꽤 필요했다. 그래서 좀 아쉬웠지만, 스코틀랜드 지역은 과감하게 제외했다.
유럽에는 기독교 유적이 꽤 많은데 왜 영국 개혁주의 유적지를 돌아볼 생각을 하게 되었나?
– 무엇보다도 지금 출석하는 교회가 영미 개혁주의 노선을 따르는 교회여서 그렇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개혁주의 신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미 개혁주의 노선을 따르기에, 우리에게 친숙한 신앙 인물(휫필드, 스펄전, 번연 목사님)은 대부분 영미 개혁주의에 속해 있다. 그래서 그분들이 남겨놓은 발자취를 한번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8~9년 전에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해서 현지 사정에 익숙한 편인데다가 기본적인 의사 소통이 가능한 부분도 영향을 주었다. 그때 얼굴을 익힌 분들과도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또, 영국 교회가 많이 침체되었다는데 직접 현실을 확인해보고 싶었고, 어렵게 신앙을 지켜가고 있는 성도에게 미력하나마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었다.
이번 탐방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는가?
–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을 지은 존 번연 목사님의 고향, 베드포드(Bedford)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번연 목사님의 고향은 엘스토우(Elstow)가 아니었던가?
– 엘스토우는 베드포드와 한 묶음으로 언급해도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베드포드에서 가깝고 작은 마을이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우리나라의 읍이나 면 정도에 해당할 거 같다. 실제로 베드포드에서 엘스토우는 걸어서 약 20분, 버스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베드포드에는 존 번연 기념 교회 등, 번연 목사님과 관련한 유적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 돌아보니 어땠는가?
– 베드포드는 마을 전체를 『천로역정』을 주제로 꾸며놓았다고 봐도 별 무리가 없다. 『천로역정』과 관련 있는 장소라면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표지판을 세워놓았고, 외부 사람이 그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이정표도 잘 만들어놓았다. 심지어 작은 규모의 도서관에도 존 번연을 기념하는 그림이 벽에 표현되어 있을 정도이다.
아까 말한 존 번연 기념 교회의 문에는 『천로역정』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부조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래서 베드포드를 돌아보면, 우리가 책으로 『천로역정』을 읽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많이 받는다. 훨씬 웅장하고 생생하게 그 내용이 와 닿는다.
▲ 존 번연 기념 교회의 문
– 『천로역정』의 주요 장면이 부조로 표현되어 있다.
▲ 존 번연 기념 교회 문에 새겨진 『천로역정』의 중요 장면 가운데 하나
– 크리스천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사자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 베드포드에 있는 존 번연 목사님 동상
– 동상 하단부 사면에는 『천로역정』의 한 장면씩 표현되어 있다.
▲ 동상 하단부 정면의 모습
– 아볼루온과 싸우는 크리스천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근처에 있는 엘스토우는 어땠는가?
– 엘스토우에서는 『천로역정』에 나오는 ‘좁은 문(Wicket Gate)’의 모형인 교회 종탑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 종탑의 작은 문을 보고 있으면, 번연 목사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책으로 읽을 때보다 확실히 더 깊게 와 닿는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천로역정』과 『거룩한 전쟁(The Holy War)』의 내용을 표현해놓은 스테인드글라스도 볼 수 있다. 또한, 엘스토우에는 존 번연 박물관을 비롯한 다양한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서 많은 것을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었다.
▲ 마을 입구에 서 있는 표지판
– 『천로역정』의 크리스천이 순례 길을 떠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 『천로역정』에 나오는 ‘좁은 문’의 모형인 교회 종탑
▲ 교회 종탑의 출입문
– 딱 한 사람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작다.
▲ 교회 안쪽에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한 『천로역정』의 모습
– 중세 로마 카톨릭 교회의 잔재가 남아 있어 아쉽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유적지는 없었는가?
– 번연 목사님이 침례를 받은 장소가 있다. 원래 번연 목사님은 평범한 땜장이였는데, 부인이 시집오면서 가져온 『경건의 훈련(The Practice of Piety)』과 『보통 사람이 천국에 이르는 길(The Plain Man’s Pathway to Heaven)』이라는 두 권의 책을 읽고 회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리스도인이 된 번연 목사님은 베드포드를 가로지르는 강에서 침례를 받고 천국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후대 사람들은 그 사실을 기념하는 표지판을 그 자리에 만들어 놓았다.
▲ 번연 목사님이 침례 받은 강
– 그 사실을 알려주는 파란색 표지판이 붙어 있다.
그리고 그 맞은 편에 큰 다리가 하나 있다. 원래 그 다리는 ‘스톤 하우스’라고 불린 감옥이 있었던 자리였다. 그 감옥은 번연 목사님이 찰스 2세가 선포한 통일령(The Act of Uniformity)1을 무시하고 회중에게 설교했다가 갇힌 곳이기도 하다.
번연 목사님은 그 감옥에서 『천로역정』을 쓰셨고, 번연 목사님의 아내는 다리 맞은 편에 있는 스완 호텔 앞에서 번연 목사님의 석방을 위해 자주 기도하셨다고 전해진다. 더구나 이 스완 호텔은 『천로역정』의 ‘아름다운 집(Beautiful House)’의 모형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감회가 더 새로웠다.
베드포드는 런던에서 가까운 편이어서 번연 목사님은 자주 런던에서 설교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들르신 교회가 바로 세인트 자일스 교회이다. 그 교회도 인상 깊었고, 웨슬리 하우스 맞은 편에 있는 번연 목사님 무덤도 기억에 남는다. 그 무덤에는 번연 목사님 말고도 청교도의 황태자라고 불리는 존 오웬,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나단 스위프트 목사님도 묻혀 있다고 한다.
▲ 번연 목사님이 자주 설교했던 런던의 세인트 자일스 크리플 게이트 교회
– 『실락원』의 저자, 존 밀턴이 잠들어 있다고 한다.
▲ 번연 목사님 무덤, 런던 웨슬리 홀 옆에 있다.
– 아래쪽에 죄의 짐을 메고 괴로워하는 죄인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 반대쪽에서 본 모습
– 아래쪽에 십자가 앞에서 죄의 짐을 벗어버리고 참 자유를 얻은 크리스천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말로만 들었던 분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복음을 전하던 곳을 직접 찾아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어렸을 때 즐겨 읽었던 삼국지의 실제 무대를 돌아본다고 생각하면, 대강 어떤 느낌일지 이해하기 편하실 것 같다. 각자 처한 형편이 달라서 모두 이곳에 와볼 수는 없겠지만, 시간과 형편이 되는 분들이라면 한번 정도는 돌아보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