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언제 사퇴하나" 서울시 내부 문건 나왔다
서울시가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박원순 시장의 중도 사퇴 시점이 언제가 될지 내부적으로 파악에 나선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지난 3선까지 성공한 박 시장이 2022년 3월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중도에 물러나야 한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시는 최근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최근 박 시장의 사퇴 시점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가정한 ‘대선출마 관련 시장직 사퇴시한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박 시장은 최근 잇딴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도전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고, 전국민 고용보험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 개진도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 사퇴 시점에 대해 확실하게 밝힌 적은 없다.
본지가 확보한 문건 내용에 따르면 박 시장의 사퇴 가능 시점은 내년 중에서 세 날짜인 12월 9일, 9월 9일, 7월 9일로 제시됐다. 12월 9일은 현행법상 반드시 사퇴해야 하는 마감시한이다. 공직선거법 조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전에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 9일 예정돼있다.
이보다 석 달 앞선 같은해 9월 9일도 사퇴 가능 시점으로 제시됐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선 경선 후보 등록이 예상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문건은 “더불어민주당 당헌 당규상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퇴해야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박 시장이) 정치적 배수진을 친다는 측면에서 법적 사퇴기한보다 앞서 사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대선 240일전인 같은해 7월 9일에 물러날 가능성도 제시됐다. 공직선거법상 대선 240일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다. 문건은 “(박 시장이) 대선출마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없는 선거운동을 위해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명분으로 사퇴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건은 또 “(박 시장이) 보궐선거의 부담을 감안할 때 내년 6월 중순 전에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고도 했다. 그 전에 물러날 경우 잔여임기가 1년을 넘어가게 돼 보궐선거로 새로운 시장을 뽑게 된다. 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 잔여임기가 1년을 넘지 않으면 서울시는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건 작성에는 박 시장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시장 부재시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의 주장이 맞다면 시 공무원들이 시장도 모르게 현 시장의 퇴임 시점을 따져보는 기강해이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 된다. 일부에서는 “서울시 행정 연속성과 안정을 위해 예상 퇴임 시점은 파악하는 건 당연한 절차”라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