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통장서 매달 돈 빠져… 이유묻자 무릎꿇은 소장
디케D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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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8 08:01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쉼터에 머물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가 정부로부터 월 약 350만원씩을 받았지만, 매달 이 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고 할머니의 가족이 진술했다.
길 할머니 며느리 조모씨는 지난 1일 마포쉼터 소장 손영미(60)씨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당시 손씨는 해명 대신 조씨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17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조씨는 지난 3일 다시 손씨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로부터 사흘 뒤 손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길 할머니가 입양해 키운 황모 목사와 그의 아내인 조씨는 압수수색 등 정의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1일 길 할머니가 머물던 마포쉼터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소장 손씨는 황씨 부부에게 각각 2000만원, 1000만원이 들어있는 ‘손영미’ 명의의 통장 2개를 건넸다.
손씨는 “길 할머니가 사망 후 아들에게 2000만원을 주고, 1000만원은 본인 장례비로 써달라고 하셨다”며 황씨와 함께 은행에 가서 두 통장에 들어있던 합산 3000만원을 황씨 계좌로 넘겼다. 조씨는 “손 소장이 돈을 건네면서 ‘내가 이걸(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불안하다. 자꾸 압수수색하니까 불안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조씨는 당시 은행에 다녀온 뒤 쉼터 2층에서 손씨와 단둘이 따로 만난 자리에서 회계상의 문제를 알아챘다고 털어놨다. 손씨에게 길 할머니 명의의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더니 조씨가 통장 2개를 가져왔고, 해당 계좌에 정부·서울시로부터 매달 350만원 정도씩 들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조씨는 “(그 돈을 누군가 계좌에서) 다 뺐더라”면서 “돈이 2000만원도 나가고 400만원도 나가고 500만원도 나갔다. 통장을 보니까 가슴이 아팠다. 진짜 위안부 할머니를 앵벌이시켰구나 싶었다”고 매체에 토로했다.
통장을 확인한 조씨는 손씨에게 “어머니 돈이 어디 쓰였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고, 그러자 손씨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이때 남편 황씨가 1층에서 올라오자 무릎을 꿇었던 손씨가 벌떡 일어났다고 조씨는 회상했다. 조씨는 추가 해명을 부탁한 뒤 쉼터를 떠났고, 이틀 뒤인 6월 3일 다시 “은행 기록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길 할머니의 유언장과 관련해서도 석연찮은 문제가 있다고 조씨는 주장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았던 단체 ‘김복동의 희망’이 작년 5월 유언장에 관한 윤 의원과 길 할머니의 대화 등을 공개했는데, 유언장엔 “저와 관련한 모든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씨는 지난달 쉼터에 연락해 “윤미향이 그런 유언장을 받아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당시 손씨는 “윤미향 의원이 지금 (정의연 사태로 인해) 정신이 없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윤 의원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답변했지만, 끝내 만날 수 없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