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칼럼] 부정선거 관련 언론과 정치권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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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02. 오후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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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는 84학번이다. 독재정권 시절 학원자유화가 시작된 시점에 당시 캠퍼스는 민주화 투사들의 투쟁 본거지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지방에서 TV뉴스를 통해 정치적 이슈에 대해 소식을 접해왔던 내게 서울의 캠퍼스에서 목도하고 전해지는 생생한 정치현상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내가 눈앞에서 뻔히 보고 듣는 것들이 저녁 9시 뉴스에는 무시되거나 왜곡되어 보도되기 일쑤였다. 언론이 정치권력에 장악된 현실을 거의 매일 9시에서 느낄 수 있었다. 민주화 시위 맨 앞줄에서 돌덩이와 화염병까지 던지며 맹렬히 투쟁하는 선배와 학우들은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뒷줄에 있는 내게 적지 않은 죄책감을 선사했다. 아무리 투쟁해도 왜곡 보도하는 언론방송 한마디에 번번이 무너져 내리던 그들의 외침.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부정선거 이슈에 대한 언론의 무책임하고 비겁한 태도는 내가 35년간 쌓아둔 죄책감을 소환한다. 평범한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강남, 서초, 교대, 지방, 해외에서 까지 매일 블랙시위를 벌여온 지 두 달째다. 점점 더 많은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건 그만큼 이유가 있어서다. 이미 온라인에선 부정선거 증거들로 뒤덮였다. 선관위 발표 통계자료를 자발적으로 분석한 국내외 부정선거 전문가와 통계학 권위자들이 대규모 선거부정 결론을 내린 건 이미 5월 달이다.

선거인 수보다 투표인 수가 많은 곳이 40여 곳에 이르고, 개표기에 무선 통신망을 연결할 수 있고, 분류기에 고성능 컴퓨터 장착이 가능했다. 2번 후보에 투표한 표가 1번 후보 쪽으로만 여러 번 분류되는 영상이 찍혔고, 집권세력은 사전투표 보정 값으로 180석을 확보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으며, 투표 시간이 한 사람당 4.7초 걸렸다고 집계된 곳도 있었다. 중국인이 여러 명개표사무원으로 고용됐고, 참관인들을 개표하는 곳에 가까이 못 오게 욕설을 퍼붓는 개표장도 있었다. 투표용지 보관함 규격 규정을 위반하며, 구멍 난 삼립빵 박스로 투표지를 운반했으며, 접어서 투입해야 하는 투표용지가 신권처럼 구김 하나 없이 무더기로 묶여 개표된 것도 사실이다. 투표용지 보관함 봉인상태가 매우 의심스러운 것이 여러 개 발견되고, 재봉인하는 모습도 CCTV에 찍혔다. 사전투표장 CCTV를 모두 가리도록 중앙선관위가 사전에 지시했고, 투표용지 절단 상태가 조잡하거나 아예 여러 장이 붙어 나와 개표원이 손으로 떼어 개표하는 장면도 찍혔다. A동네 투표에 B동네 관리 도장이 찍힌 것, 파쇄돼 발견된 사전투표 용지들,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직후 물류창고에 연속으로 화재가 났던 사실도 있다.

6000명 회원을 가진 전국교수모임이 부정선거 의혹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니 모든 관련 국가기관이 즉시 나서서 철저한 수사와 검증을 진행하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이제는네티즌 전문가집단인 '우붕이들'은 조작 함수와 그 입증자료까지 SNS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런 모든 영상, 증언, 분석, 추론이 모두 정치 선동이나 오해란 말인가. 그래서 평범한 샐러리맨과 학생들이 조작선거 자료 전시회, 차량 스티커, 블랙 우산, 블랙 마스크까지 등장시켰다는 말인가. 이것이 모두 선동일지라도 주요 언론에 가십거리로도 안 실리고 있는 것은 언론만의 책임이 아님은 상식이다. JTBC와 MBC가 갑자기 내놓은 4·15총선 부정선거 관련 기획보도가 '악마의 편집'임은 이러한 사실들이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부터 알 수 있다.

군사독재 시절 언론을 장악하고 여론을 쥐락펴락하던 시절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뼈아프게 느꼈을 386 운동권세력이 이제 586 집권세력이 되어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음이 뻔하다. 그들 중엔 내게 마음의 빚을 떠안겼던 정치인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희대 재학시절 유신독재에 저항하는 집회를 개최해 투옥되고 학교로부터 제적된 바 있다. 이제 어렵게 이룬 민주화와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허물며 30년 전으로 한국 정치와 언론을 되돌리고 있는 것인가. 괴물을 잡겠다며 정권을 쥔 집단이 더 큰 괴물이 돼 지배하고 있는 나라. 독재로부터 습득한 언론장악 기술을 그대로 써먹는 자들. 그게 내 나라 그자들이 될 줄이야. 35년의 세월은 내가 그들로부터 느꼈던 죄책감의 철저한 보상마저 요구하고 있다. 서버는커녕 통합선거인명부조차 검증 못하게 하는 선관위에 대해, 지금 진행 중인 제한적인 선거소송이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 믿는 블랙시위대는 없다. 야당 정치인들이 양심과 상식이 있는 집단이라면 국회의원 총사퇴라도 내걸고 진실규명을 외쳐야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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